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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물류창고 화재안전, ‘진압’보다 ‘내화 방화구획’이 우선이다

▲ 국제사이버대학교 남준석 교수
최근 발생한 대형 물류시설 화재는 단순 설비 고장이나 우연한 사고만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오늘날 물류창고는 고밀도 적재와 자동화 설비, 메자닌 구조, 다층 인랙 보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장비와 제품이 한 건축물 안에 집적된 고위험 공간으로 변했다. 문제는 관련 기준과 현장 관리 방식이 여전히 초기진압 중심의 전통적 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배터리 화재는 일반 화재와 달리 복사열과 연쇄적 열폭주 등의 특성을 보인다. 이런 화재는 신속 진압 못지않게 열전이와 연소 확대를 얼마나 지연시키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물류창고 화재안전은 소화설비 중심의 대응에서 나아가 실제 화재 확산을 끊어낼 수 있는 구획화와 불연화를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메자닌 구조는 저장과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화재 시 열과 연기가 상부에 체류하거나 특정 구간에 집중될 가능성을 키운다. 구조와 적재 형태에 따라 스프링클러 방수가 충분히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고 피난 동선과 소방대의 내부 접근도 복잡해질 수 있다.
메자닌 상ㆍ하부에 가연물이 함께 적재되면 화재하중도 중첩된다. 따라서 메자닌은 구조 안정성뿐 아니라 화재하중과 스프링클러 유효성, 연기 제어, 피난 안전성, 소방 활동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방화구획을 세분화하고 별도의 소화ㆍ제연 계획을 적용할 필요도 있다.
대형 물류창고의 방화구획 역시 법적 최소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 넓은 바닥면적과 높은 층고, 대량 적재 환경에서 구획이 지나치게 넓거나 위험물과 일반 물품이 혼재되면 건물 전체가 하나의 연소 구역처럼 작용할 수 있다.
적재 높이와 화재하중, 자동화 설비, 배터리 보관 여부 등을 고려해 방화구획을 촘촘히 설정하고 일반 적재구역과 배터리 위험구역, 자동화 설비구역 등을 기능별로 분리해야 한다.
방화구획은 벽체만 설치한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 천장과 개구부, 관통부, 케이블 트레이, 컨베이어 관통부까지 포함한 실질적인 구획 완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방화셔터와 방화스크린 역시 단순히 작동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높은 화재하중과 강한 복사열에 노출돼 기능을 상실하면 방화구획도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위험구역과 같은 고위험 공간에는 단순 차단시설에 의존하기보다 내화성능이 확보된 고정식 구획체나 복합 차열구조, 이중 차단체계를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직ㆍ수평 구획 부재와 개구부 차단시설이 실제 화재조건에서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 설치 전 검증하고 유지관리 과정에서 재점검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인랙 화재와 배터리 포함 제품의 보관 방식도 방화구획과 연계해야 한다. 랙 내부에선 화재가 팔레트와 포장재 사이를 따라 수직으로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랙 간에 인랙 스프링클러 또는 화재조기진압용 스프링클러 등과 함께 랙 구획 간 수평 확산을 줄이는 세로ㆍ가로 방화 차단 요소를 적용해야 한다.
배터리 포함 제품은 일반 적재구역과 분리해 별도의 방화구획과 내화구조를 적용하고 충전 중인 장비, 회수품, 손상 의심 배터리, 폐기 예정 배터리는 더욱 엄격하게 분류해야 한다.
물류창고 화재는 메자닌 허용과 부족한 방화구획,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개구부 차단시설, 인랙 화재 대응 부족, 배터리 포함 제품의 혼재 보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형화재로 이어진다.
핵심은 실제 화재조건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내화 방화구획이다.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연소 확대를 지연시켜 재실자의 대피시간을 확보하고 소방대가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물류 산업의 발전 속도만큼 화재안전기준도 진화해야 한다. 이제 물류창고 화재안전의 중심축은 ‘화재 확산 차단’이 돼야 한다.
국제사이버대학교 남준석 교수
출처 : 소방방재신문(https://www.fpn119.co.kr)